프리즈 런던 2023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20주년을 맞이한 프리즈 런던 아트페어가 지난 주말 막을 내렸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신작 회화 시리즈를 공개한 가고시안 갤러리에 대한 감상을 올렸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글을 클릭해 확인해 주세요. 
 

데미안 허스트 - 프리즈 런던 스타

 
오늘은 프리즈 런던 리뷰 두 번째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세계 최고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사진 작품과 프리즈 런던에서의 활약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리즈 런던에서 유독 돋보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품 

 
올 해 프리즈 런던에서는 유독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사진 작품이 많이 보였습니다. 작년 프리즈 런던에서는 아브라모치비의 작품이 이렇게 두드러지게 전시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유를 짐작건대, 아마 작년부터 영국 내 아브라모비치의 개인전과 회고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작년 옥스퍼드 현대미술관과 피트리버스 옥스퍼드 대학 박물관 전시를 마치고 현재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최고의 순수 미술대학 Royal Academy of Arts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아브로모비치의 회고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현대미술 예술가로서 그녀의 위상이 극에 달한 지금, 아브로모비치가 소속된 유럽 내 갤러리들이 그녀의 사진 작품을 대거 공개했다고 보입니다. 

 

Marina Abramović | Exhibition | Royal Academy of Arts

개인적으로 마리나 아브로모비치 팬인 저는 그녀의 사진작품과 초기 작품이 유독 많아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로모비치의 사진 작품 

 

아브로모비치를 행위예술가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아브로모비치는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작품을 소장하고 거래할 수 없는 행위예술이라는 장르 특성상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게 유일한 작품 소장의 방법이지요. 

아브라모비치의 사진 작품은 그녀의 행위예술을 한장의 사진에 담아놓듯이 그녀의 사진은 아브라모비치를 주인공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중임을 보여줍니다. 정물사진도 인물사진도 풍경사진도 아닌, 작가의 퍼포먼스를 찰나의 순간으로 표현합니다. 한 순간, 한 장면을 보고도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구상하고 연출하는 게 바로 아브라모비치 사진 작품의 가장 큰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브라모비치의 사진은 그녀의 예술 작품과 퍼포먼스 아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그녀의 사진은 종종 그녀의 퍼포먼스 작업 중 촬영되어, 그녀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 및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언어를 전달합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Energy Hat (Reading)>, 2001/2003

프리즈 런던 2023에서는 여러 유럽의 갤러리가 아브라모비치의 다양한 사진 작품을 전시했는데요 물론 유명한 행위예술 장면을 담은 사진은 물론이고 작가의 자화상이나 콘셉트 사진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작품 제작 기간도 중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했지요. 많은 작품 중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아브라모비치의 사진 작품은 행위예술 중 촬영된 컷이 아니라 사진 작품을 위해 연출한 작은 퍼포먼스였습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퍼포먼스의 찰나를 기록한 사진은 말 그대로 현장의 느낌을 담은 기록용에 가깝다면, 위 작품처럼 능동적인 퍼포먼스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며 진행된 사진 프로젝트는 그녀의 도발적인 행위예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nergy Hat> 시리즈 구상 드로잉, 2001

다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퍼포먼스 예술가로 알려져있는 아브라모비치의 사진 작품은 의외로 귀엽고 엉뚱한 모습마저 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심취한 '에너지와 불교 사상'이 마냥 재미있게 표현된 사진 작품 속에 은은히 베여있어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여타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정과 다를 거 없는 그녀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 작업 또한 눈길을 끌었지요. 

특히 드로잉 작품의 매력은 쉽게 볼 수 없는 아브라모비치의 핸드 드로잉을 질감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데 있었습니다. 화려한 기교 없이 투박하게 표현된 작가의 아이디어가 매우 재미있고 새로웠습니다. 

 

다들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봅니다. 

아브라모비치의 사진으로만 꾸며진 갤러리 부스에는 관람객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다소 엉뚱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노란색, 빨간색 고깔모자를 쓴 사진 속 그녀가 정녕 행위예술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게 가장 큰 반전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nergy Hat (Eyes Open and Closed)> 2001/2023

 

이번 포스팅에선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진작품 중 <프리즈 런던 2023> 에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