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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예술

내향형 인간의 운동 - 요가

by nomas 2023. 11. 9.

요가를 시작하다. 

운동을 끔찍하게 싫어하던 저는 엄마가 되고, 마흔이 되고 나서 이렇게 살다 간 건강히 늙어가지 못할 거 같다는 불안감 마저 들어 그토록 싫어하던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요즘 MBTI가 모든곳에 활용되는 게 보입니다. 내향형 인간인 내가, 집 밖을 나가는 걸 즐기지 않는 내가 오랜 시간 꾸준히 쌓아나갈 수 있는 인생운동이 뭘까 고민을 했지요. 뛰는 것도 싫고 gym에 가는 것도 싫고 흔한 말로 쇠질도 싫고, 어릴 때 배우다 트라우마를 겪은 수영은 생각도 하기 싫고...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 백번 고민하던 중, 지난 10여 년 간 세 번 시도하고 포기를 반복한 '요가'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왜 요가를 그만두었지?' 며칠을 생각했는데 딱히 싫었던 기억이나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꾸준히 못한 나만 보였을 뿐이었죠.

 

생각난김에, 아이가 리셉션 (영국 초등학교 입학)을 시작하기 전에 등록을 하기로 마음먹고 집 근처 요가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판데믹 전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잠깐 임산부 요가를 들었었는데 그땐 요가 스튜디오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이 어려웠는데, 아쉽게도 판데믹을 지나며 살아남은 요가 스튜디오가 몇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 요가 스튜디오 

요가스튜디오
옥스퍼드 시티에 위치한 요가 스튜디오, 이런 아늑한 분위기가 요가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결국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찾아 등록을 했습니다. 넓은 스튜디오는 식물로 채워져있고 낮동안은 자연광으로도 충분히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공간을 보자마자 괜히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나를 위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진게 만 4년 만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환경의 변화로 이젠 나를 조금 더 돌보는 시간을 가지겠다 마음먹었는데 그게 요가를 시작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어쩌면 반대로 요가를 시작하며 내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요가를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 요가를 배웠던 걸 생각해보면 영국은 굉장히 (옥스퍼드에 위치한 요가원이고 이곳만 이용해 봐서 아주 주관적 견해일 뿐입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물론, 요가를 배우러 오는 이들도 매우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젊은 사람이 많은 한국 요가에 비해 연세 지긋한 할머니도 계시고, 젊은 학생들은 물론, 남녀 구분 없이 요가원을 들어섭니다. 

 

처음 요가를 갈때 옷부터 장만한 저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수준급의 요기들을 보고 아주 조금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요가복을 안 사겠다는 나답지 않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수업 또한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 진행됩니다. 선생님은 수업 시작 전 본인 몸을 제일 잘 아는건 당사자이기에 절대 무리해서 동작을 하지 말고 쉬고 싶으면 쉬고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하고 그저 요가를 마음으로 몸으로 즐기라고 말해줍니다. 어떤 선생님도 자세를 고쳐주기 위해 수업 중간에 학생 사이를 돌아다니지도 않습니다. 전 미국에서 배웠을 때 보다 이곳의 분위기와 수업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들고 제 성향에도 더 잘 맞아 매우 만족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저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요기들도 있을 테지요. 

 

수업 신청은 앱으로 에약을 합니다. 제가 가는 곳은 요가, 필라테스, Barre, 어린이 요가, 임산부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수업이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됩니다.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고 내게 맞는 선생님과 수업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 매우 마음에 듭니다. 또한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지요. 필라테스와 바레 그리고 어린이 요가에 대한 후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써 나가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요가/필라테스를 하며 느낀 점 

저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웁니다. 이제 2.5개월 차, 애송이 학생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요가 여정은 말 그대로 '여정'으로 여기고 천천히 배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특별한 목표없이 그냥 마음이 끌리고 몸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2.5개월 요기니지만 딱 하나 확실히 변화된 것이 있습니다. 그건 마음의 안정과 일상 속 작은 행복이 조금 더 커졌다는 것입니다. 

매일 요가를 하는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동작을 멋있게 하는 건 꿈도 못 꾸는 단계지만 나만의 요가매트에 앉아 크게 숨을 쉬고 무거워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그 시간이 그저 잔잔하고 고요해 아주 달게 느껴집니다. 

 

내 계획이나 생각과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 요가를 멀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온다 하더라도 지금은 충분히 즐겁고, 배움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요가책을 읽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블로그를 읽고 요가 용어를 공부하는 게 제 일상에 이렇게 큰 활력이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운동이 죽어라 싫던 극 내향형 인간의 인생운동을 찾아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요가 전문가나 강사분이 쓴 글은 많이 봤는데, 저처럼 운동 극혐에 요가 초보의 글은 의외로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요기니의 생활을 할지 모르지만 요가를 배우는 동안은 꾸준히 요가일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일상 속 예술> 카테고리에 저장됩니다. 일상 속 예술이 별거 있나요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게 예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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